기계적으로 어항물 보충을 자동화하기

기계적으로 어항물 보충을 자동화하기

해수어항을 곁에 두면 환수보다는 보충수통 채우는 데 손이 자주 간다. 내가 쓰는 어항은 물이 250L 들어가는데, 여름철이면 하루에 2L 가까이 자연 증발되나 보다. 보충수 탱크는 11L 정도인데 물을 1주일에 한번 채워줘야 한다.

이게 귀찮다. 환수야 어항 청소하는 맛에 하는데, 일상적으로 RO/DI 필터에서 초순수를 받아서 보충수 탱크에 채우는 것은 영 재미가 없다. 탱크를 채울 때 늘 물을 바닥에 흘리는 찜찜함은 덤.

근데 물 보충 자동화를 표방하는 기성품이 이미 있었다. 1AQUA SmartATO라는 제품이다.

전자식 수위 센서로 감지한 물 부족분 만큼 동봉된 보충수 탱크에서 물을 뽑아온다. 사람들이 꽤 쓰는 제품임에도 단점은 꽤 있는데,

  1. 전기를 먹는다. 전기가 필요 없는 대안이 있다면 이건 단점.
  2. 보충수 탱크가 자리를 차지한다.
  3. RO/DI 초순수를 미리 준비해놓고 보충수 탱크에 채워놔야 한다.

물론, 이 보충수 탱크에 볼탑을 설치해서 초순수가 들어가도록 설계해 3번 단점은 보완할 수 있겠다만, 그럴바엔 본항이나 섬프항에 볼탑을 설치하고 보충수 탱크 없이 바로 RO/DI 필터에 연결하는게 낫겠다 싶었다. 전자식 수위 센서는 물리적으로 작동하는 볼탑으로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있어보이려고 그려본 순서도… 이게 바로 전기를 1W도 쓰지 않고, 공간도 절약될 뿐더러, 손도 가지 않는 방법이다.

위 알고리즘에 따라 간소화되도록 설계를 구상했다. 섬프항에 이미 볼탑이 설치되어 있어서 정수기 관을 꽂아 빼냈다. 섬프항 청소 좀 해야겠다.🤦‍♂️

섬프항에 설치한 볼탑

섬프항에서 나온 정수기 관을 이렇게 어항 뒤에서 냉장고 뒤로 돌려보내고, 종국적으론 RO/DI 필터가 있는 세탁실로 빼낼 방법에서 며칠 해맸다.

어항, 냉장고 배치

벽 두께가 60cm 정도 되고, 세탁실 쪽 벽은 콘크리트라서 겁이 많이 났다. 이곳 저곳에 물어보았더니, 현자들이 답해주었다. 종합하면,

  1. 벽 안쪽에 철근이나 수도관 등이 지나갈 수 있으니 뚫는 건 자제하라.
  2. 그래도 뚫고 싶으면 긴 드릴비트를 활용해라.

로 정리됐다. 하지 말라는 1번은 무시하고… 어쨌거나 해야 하니 2번으로…

벽을 뚫은 정수기관

결국엔 벽을 드릴로 뚫었다. 긴 드릴비트를 살까말까 장고 중이던 차에, 술김에 15cm 겨우 되는 드릴비트로 주방 벽과 세탁실 벽을 대강 위치 맞추어서 뚫었다. 옷걸이를 펴서 구멍 안에 낑겨넣으니 안에는 단열재 따위가 들었는지, 쑥쑥 잘 들어갔다. 정수기관을 통과시키는 데는 어려움이 좀 있었지만 결국 성공. 구멍에 호스관이 지나가고나서 남는 1mm 정도 되는 여유는 투명 실리콘을 쏘아 막았다.

주방 쪽 정수기관

세탁실 쪽 정수기관

그리고 세탁실 쪽 수도꼭지에 RO/DI 필터를 두었다. 수도꼭지에 세탁실 청소용 호스를 같이 쓸 수 있도록 16A용 기능성 어댑터 여럿를 활용했다.

RO/DI 필터는 항상 작동 중인데, 섬프항에 물이 비었을 때만 수압에 따라 물을 공급한다. 가끔 환수를 위한 초순수를 받을 수 있게 필터 출수구에는 T피팅으로 갈래를 쳐줬다.

RO/DI 필터

이렇게 쓴지 막 2주가 됐다. 물고기들, 어항 수위 등은 변화 없이, 어항은 생태계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보충수 탱크가 사라져 섬프도 한결 단순해졌다. 빈 공간 덕분에 자동 양말필터를 설치할지 고민할 수 있게 됐다.

이게 바로 자동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