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은 사탕 같다고 한다. 깨물어먹으면 입 안을 덮어버리는 강한 단맛. 하지만 오래가진 않는다.
그래서 새로 만난 트레이너 선생님은 운동을 (맛있다고 깨물어먹지 말고) 녹여먹듯 해야 한다고 한다. 잔잔한 재미를 느끼면 됐지 운동량을 빨리 늘리지 말라는 뜻이었다.
그래서인지 아주 특별하게도 웨이트 트레이너 선생님에게 쇠질보다 유연성 운동을 더 많이 배우고 있다. 스트레칭을 하며 이건 어떤 근육을 늘리는 동작인지, 내게 왜 필요한지, 강의를 듣는 느낌이다.
선생님과 몇번 운동을 같이 하고선, 특정 운동 하나에만 천착되지 말아야겠다는 결론을 냈다. 천(1000)의 운동은 천(1000)의 매력을 갖고 있다고 하면 될까. 수영, 마라톤, 배드민턴 등 왠만한건 다 하고 있다는 웨이트 선생님(어쩌면 유산소 선생님, 어쩌면 유연성 선생님)과 운동하는 느낌을 나누는게 재밌다.
자전거를 탈 때 마주하는 산과 강의 굽이굽이, 길가를 뛰어다닐 때 들리는 새들의 지저귐, 헤엄칠 때 손바닥에 웅켜잡힐 듯한 물덩어리. 뭐 하나 포기하기 어려운 포인트들이 있다. 난 잘하기보단 다 느껴보고 싶다.
그래서 말인데, 사실 나는 병을 하나 달고 있다. 어느날 한쪽 눈이 침침했는데. 병원을 가보라는 와이프 성화에, 정말로, 그 잔소리를 듣기 싫어서 동네 안과엘 갔었다.
증상은 확인되는데 원인이 안보인다니 큰 병원엘 갔고, 그때까지도 ‘뭐가 나오긴 하겠어?’ 하는 생각으로 실속없이 나갈 진료비를 아까워했다.
대형병원 의사선생님이 나보고 뇌졸중이라 했을 땐, 너무 황당해서 할말이 없었다. 뇌로 올라가는 큰 동맥 1개가 완전히 막혔다는데, 터질지 말지 알수 없으니 해야한다는 작업은 더 황당했다.
허벅지에 구멍을 뚫어 카테터라는 길고 얇은 관을 혈관을 따라 머리부분까지 밀어넣어 혈류를 촬영한다는 것이었다. 들여다보고 문제가 있으면 시술할수도 있다고 한다. 마치 대장내시경 할때 용종을 떼어내듯.
이게 혈관조영술이라 들었다. 안아프다는 후기들을 한참을 찾아보고 확인했지만, 나는 혈관조영술을 받는 그 과정이 너무 힘들었다. 비명을 끊지 않으니 그제서야 마취를 한방, 두방 더 놔주는 의사선생님이 미웠다. 진작에 놔주지.
살려고 운동을 한다는 말이 있다. 건강경고장을 이렇게 쎄게 받고서야, 난 반강제적으로, 어쩌면 생존욕구에 기한 본능으로 운동을 새롭게 이해해야만 했다. 고통과 인내가 아니라, 즐거움과 행복의 과정이라고. 오글거리지만 이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오래 살기 위해 진지하게 생각한 생존전략이다.
이번 5월은 여러 운동을 많은 사람들과 할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 동료들과 서울에서 따릉이를 타고 다닐 수 있어 좋고, 등산가자는 지인들이 반갑고, 새롭게 만난 동호회 사람들도 좋다. 이제는 와이프가 좋아하는 요가도.. 같이 할 마음의 준비가 됐다.
운동을 사탕같이 녹여먹으려 한다.
오늘, 바쁜 와중에도 여러 틈새운동을 할 수 있었던 점에 가슴이 벅차올라 쓰는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