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더 따뜻한 존재

2℃ 더 따뜻한 존재

달자와 쌈장이를 소개합니다.

댕댕이 이름은 촌스럽게 지어야 오래 산다는 얘기가 있다. 달자, 쌈장이는 처음 만난 자리에서 지은 이름이다. 달자는 첫 조우에서 보여준 달달한 애교에서 따왔고, 쌈장이는 털 색깔을 보고 지었다. 흔치 않은 이름이어야 ‘개판’에서 불러도 댕댕이가 알아듣는다고 하더라. 그럭저럭 괜찮은 이름이다.

달자와 쌈장이는 석달 간격으로 태어난 미니비숑과 말티푸다. 이 두 여아는 만 네살. 하얀 달자가 첫째다. 우리가 만난지는 4년이 넘었다.

달자와 쌈장

달자(왼쪽)는 직설적으로 주장하고 능동적으로 행동하는 미니 비숑이다. 사람 말을 눈으로 할줄 안다. ‘공 던져죠’, ‘문 열어죠’, ‘배고파요, 밥죠’, ‘출근하지마’라는 말을 눈으로 한다. 나와 와이프는 그걸 다 알아듣는다.

쌈장이(오른쪽)는 온순하면서도 가끔 빙구미 넘친다. 도파민이 극에 달하면 머리를 땅에 박고 어설픈 헤드스핀을 한다. 어디서 배운지 모르겠다. 간식 주면서 엎드리는 훈련을 시켰더니, 이제 간식 먹고 싶으면 먼저 엎드린다.

우리 가족은 이 둘을 덤앤더머 달쌈이라 부른다.

그런데 사실, 이들은 늑대입니다.

과학자들은 달쌈이와 늑대가 같은 종이라고 말한다. 분류학으로 보면 댕댕이(개)는 회색늑대Canis lupus의 아종Canis lupus familiaris이다. 약 3~10만 년 전에 회색늑대 일부가 인류의 품으로 들어와 개가 되었다는 가설이 많이 언급되는 것 같다.

개과의 계통수 허스키랑 늑대 사이즈 미쳤다...

늑대여서 그럴까. 내 팔뚝만치도 못한 댕댕이들이 날 지키겠다고 하는 행동들은 가소롭기 그지 없다. 달자는 건장한 사내를 초면으로 볼 때 위협적인 태도로 돌변한다. 잘 때는 와이프에게 엉덩이를 붙이고 머리는 바깥쪽인 방향으로 잔다. 쌈장이는 모두 잠든 심야에 온 집안을 순찰한다. 칠흑같은 심야에 거실에 혼자 나와 소파에 올라 창밖을 예의주시한다. 우리 무리를 지키기 위해서일까? 하찮은 체급에 남은 늑대의 본성인건가.

가족이 된다…

달자와 쌈장

살다보면 어느새 가족이 된다. 어느덧, 두 댕댕이에게 나는 더 따뜻하고 살가운 가족이 되고 싶다. 와이프 말로는, 달쌈이는 나와 와이프까지 우리 넷이 다 산책을 돌 때 제일 신나한다고 한다. 나는 잘 관찰하지 못했던 부분이다. 함께하는 것을 댕댕이에게 배운다. 내가 이들 중에서 그 “뛰어난 우두머리”라 불리는 영장류는 맞는걸까?

댕댕이의 체온은 인간보다 2℃ 더 따뜻하다고 한다. 겨울에는 달쌈이를 애착 인형처럼 꼭 안고 잔다. 따뜻하고 보들보들하다. 나는 체온이 높은 강아지를 인간이 인위선택하지 않았을까 하는, 헛점이 많은 가설을 상상한다. 그게 아니면 두 댕댕이와 나의 결속을 설명하기가 너무 어렵다. 반박 시 너말 맞음.

You make me wanna be a better man.

이별에 관하여

댕댕이와 함께하는 자, 누구나 이별 걱정을 사서한다. 5년, 10년, 15년 후에 이들이 나와 함께 있을 것인지. 사랑하는 생명체의 한 일대기를 마주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사놓은 걱정은 그보다 배로 큰 후회가 된다. 댕댕이들이 좋아하는 간식과 산책, 함께하는 공놀이. 할 수 있을 때 많이 해두더라도 후회는 찾아온다고 한다.

달쌈이는 병원 다음으로 나와 와이프의 출근을 싫어한다. 말릴 수 없는 걸 알고 있는 것 같다. 마루 바닥에 납짝 엎드려 채비를 하는 우릴 올려다보고, 아무런 채근도 하지 않는다. 문앞까지 마중나오는 게 너무 미안해서 출근할 때 간식을 주고있다. 간식에 눈이 팔린 사이 잽싸게 출근길로 나선다.

언제부턴가 달자는 간식을 먹으면 나와 와이프가 밖에 나간다는 규칙을 알아챘다. 간식을 주면 3분 이상 관찰하고, 안심이 되고서야 먹는다. 수 시간의 이별도 이렇게 두려울진대, 그 이상의 이별을 감당할 수 있을까.

그래서 꼭 다시 만난다는 말을 믿게 된다. 사람이 죽으면 먼저 가있던, 댕댕이가 마중 나온다는 얘기가 있다. 나는 이 이야기를 무척 좋아한다.

사람이 죽으면 먼저 가있던, 반려동물이 마중 나온다는 얘기가 있다. 나는 이 이야기를 무척 좋아한다.